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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이 카메라 와이어에 닿으면, 축구 판정 규정은 이렇게 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잉글랜드-노르웨이전에서 나온 벨링엄의 동점골 장면이 축구 판정 규정을 다시 소환했다. 노르웨이 골키퍼 외르얀 닐란드의 골킥이 카메라 와이어에 스친 것처럼 보였지만, 클레망 튀르팽 주심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FIFA는 공인구에 내장된 센서에서 충격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전반 추가시간, 닐란드의 골킥은 예상보다 짧게 떨어졌고 잉글랜드가 이를 가로채 벨링엄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잉글랜드는 연장 120분 끝에 노르웨이를 2-1로 꺾었고, 노르웨이는 사상 첫 월드컵 4강 진출 문턱에서 좌절했다.

외부 물체 접촉과 축구 판정 규정의 실제 내용

축구 판정 규정은 공이 경기장 상공의 케이블이나 조명 같은 외부 구조물에 닿으면 주심이 경기를 멈추고 드롭볼로 재개하도록 정한다. 프리미어리그 출신 심판 마크 클라텐버그도 “공이 외부 물체에 닿았다면 주심은 경기를 중단하고 드롭볼로 재개해야 한다”고 규정을 확인했다.

문제는 화면만으로 와이어 접촉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해설진과 코치진은 골킥이 원래보다 훨씬 짧게 떨어졌다며 접촉을 확신했지만, 튀르팽 주심은 접촉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경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센서가 판정 근거가 된 이유

이번 대회 공인구에는 접촉과 충격을 실시간으로 읽는 센서가 들어 있다. 관성측정센서(IMU)는 선수 발이나 물체에 공이 닿는 순간의 진동과 가속도를 초당 500회 빈도로 읽어 비디오판독실로 전송한다.

FIFA는 벨링엄 득점 직전 공이 공중에 떠 있던 구간의 센서 그래프를 근거로 충격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면상의 궤적 변화만으로는 판정을 뒤집을 수 없고, 센서 데이터가 없으면 드롭볼 요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 도입 이후, 축구 판정은 심판의 육안 판단과 기기 데이터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선수 움직임을 3D 아바타로 구현해 명백한 오프사이드일 경우 부심에게 직접 오디오 알림이 가는 방식도 같은 흐름이다.

심판 재량과 판정 일관성 논란

반면 신체 접촉 상황에서 경기를 멈출지는 여전히 주심의 재량 영역이다. K리그1 17라운드 울산-전북전에서 김대용 주심은 보야니치와 충돌해 선수가 크게 넘어졌는데도 휘슬을 불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협의체는 “경기 중단 여부는 경기규칙상 의무가 아니라 주심의 경기 운영 영역”이라며 오심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같은 경기 후반 추가시간, 같은 심판은 장시영과 충돌한 뒤에는 곧바로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협의체는 “심판이 넘어지면서 볼의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팬들이 갈린 이유는 규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두 장면에서 재량 판단의 근거가 얼마나 분명하게 보였는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울산 구단은 이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세부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김현석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심판진으로부터 그저 ‘규칙’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세부적인 판정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다음 경기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다음 비슷한 장면에서는 공의 궤적보다 두 가지 조건을 먼저 보자. 하나는 센서나 SAOT처럼 기기 데이터가 존재하는 접촉인지, 다른 하나는 신체 충돌처럼 순수하게 주심의 경기 운영 재량에 맡겨진 상황인지다.

전자는 데이터가 없으면 판정도 뒤집히지 않고, 후자는 같은 심판이라도 장면마다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축구 판정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매 대회 반복되는 이유는 이 두 축이 겹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