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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플랜 B 부재, 홍명보호 스리백은 왜 무너졌나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체코를 2 – 1로 이기고도 멕시코와 남아공에 내리 패하며 본선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탈락 이후 가장 많이 나온 지적이 ‘플랜 B 부재’다. 스리백을 앞세운 대표팀이 상대의 압박 앞에서 왜 다른 선택지를 꺼내지 못했는지, 그 구조부터 짚어본다.

플랜 B 부재, 남아공전에서 드러난 장면

남아공전 후반, 한국은 3, 4, 3 혹은 3, 4, 1, 2 대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조성룡 축구전문기자는 방송에서 남아공이 총력 수비로 내려앉았는데도 한국의 최종 수비 3명이 수비 라인에 계속 고정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설진이 라인을 끌어올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대형은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은 후반에야 교체 투입됐고, 김민재는 오른쪽 종아리 통증을 스스로 알리며 빠졌는데, 이후 투입된 자원은 자리를 메우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대 결과 경기 중 장면
체코 2 – 1 승 스리백 첫 가동, 큰 무리 없이 출발
멕시코 1 – 0 패 황인범 고립, 수비-중원 간격 확대
남아공 1 – 0 패 후반 대형 고정, 교체로도 흐름 못 바꿔

플랜 B는 원래 무엇이었나 —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플랜 B’라는 말은 홍명보 감독이 직접 꺼낸 표현이다. 그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뒤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부터 기존 포백과 별도로 스리백을 준비시키며, 본선에서는 포백뿐 아니라 두 번째 전술 카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평가전에서 스리백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이 카드는 오히려 대표팀의 주 전술, 즉 ‘플랜 A’ 자리로 올라섰다. 이후 치른 평가전에서 스리백이 흔들리는 경기가 이어지며 대회 전부터 이 전술을 향한 의구심이 함께 커졌다.

왜 무너졌나 — 압박 앞에서 사라진 간격

스리백을 쓰면서 양 윙백인 이태석과 설영우가 수비에 무게를 두다 보니, 중원에서는 황인범과 백승호 두 명만으로 상대와 숫자 싸움을 해야 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 둘이 공격에 가담하면 이번엔 수비와 중원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뒤로 돌리는 패스와 롱볼에 의존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 올라온 전술 분석 글은 이 현상을 상대의 압박이 들어올 때마다 선수들이 그때그때 위치를 스스로 계산해야 했던 문제로 짚었다. 다만 이는 공식 기록이 아니라 팬이 작성한 해석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반대 사례 — 역압박과 교체 카드

같은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이 조별리그를 분석한 결과는 대조적이다. 공을 빼앗긴 즉시 다시 압박해 상대 진영에서 볼을 되찾는 역압박이 트렌드로 떠올랐고, 조별리그에서 승리한 팀은 패배한 팀보다 역압박으로 공을 4초가량 더 빨리 되찾았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골키퍼의 역할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2018년 월드컵에서는 모든 골킥을 골키퍼가 직접 찼지만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이 비율이 91%로 줄었고, 이번 대회에서는 52%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대회에서 반대 사례를 보여준 경기도 있었다. 일본과 스웨덴의 경기에서는 하나의 전술 아이디어가 흐름을 바꿨고, 하프타임의 조정이 다시 한번 흐름을 바꿨다. 일본은 왼쪽 측면 공간을 노렸고, 스웨덴이 그 공간을 막자 일본은 또 다른 해법을 찾아냈다.

교체 멤버의 활약도 뚜렷했다. 세네갈은 교체 선수들의 득점만으로 전체 순위 1위에 올랐고, 독일의 데니스 운다브는 교체로만 3골 2도움을 기록해 팀 전체 득점(11골) 중 27.27%를 책임졌다. 경기 흐름이 막혔을 때 실제로 꺼낼 카드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과를 갈랐다는 뜻이다.

다음 경기에서 볼 것 — 두 번째 플랜의 조건

이슈밸리는 이번 대회를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최종 성적을 34위로 짚었다. 전술적 유연성 부족과 손흥민 의존, 세대교체 지연이 함께 거론된 배경이다.

결국 플랜 B는 포메이션 숫자를 하나 더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상대가 내려앉거나 반대로 강하게 조여올 때 후방 수비 숫자를 그대로 둘지 끌어올릴지를 경기 중 실제로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다음 경기에서는 대형의 숫자보다, 뒤지는 상황에서 최종 수비 라인이 실제로 전진하는지를 먼저 보면 그 팀에 진짜 플랜 B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